공지사항

 

이임 인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성인 조회5,306회 작성일 13-05-15 04:56

본문

친애하는 아르헨티나 한국학교 관계자 여러분!

제가 학교에 첫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사장 역할을 맡아 수행한 지도 4년이 흘러, 이제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학부모님과 교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물러날 수 있게 되는 데에 감사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이사장의 자리를 떠나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중심으로 간략히 소회를 풀고자 합니다. 10여 년 전, 처음 시설관리 이사로 선임되었을 때, 학교 들른 다음 날, 바로 공구통 메고 학교 이곳저곳을 망치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최연소 말단 이사라서 윗분들이 말씀하시기 전에 뭔가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덕분에 일반 회사의 이사는 사원들의 이지만, 학교의 이사는 말 그대로 학교의 일꾼이어야 한다는 것을 저절로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에는 아르헨티나에 한국학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격과 교민의 위상이 높아지는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보다 규모도 작고 시설도 열악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도 없는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 세상도 달라지고 사회적 의식도 많이 변하였습니다. 학교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아지고 다른 학교와 경쟁 속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는 책무감을 요구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바람은 학교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였으며, 저는 지난 4년 동안 그 변화의 중심부에 서 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한국계 아르헨티나 시민 육성이라는 대업을 이어받은 동안 우여곡절도 있었고 산고의 고통 같은 아픔도 겪었습니다. 이사장이라는 총책을 수행하면서 작은 언덕이려니 싶었는데 산이 있었고, 산이 있어 산을 넘고 보니 또 산이 있고, 그 산을 넘고 보니 또 다른 산이 있어서 그 산들을 넘기까지 숨이 찰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 덕이 부족한 탓인가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사장직을 물러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눈감아주면 시끄럽지 않고 편하게 가는 길도 있는데 이 무슨 에너지의 낭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 모든 것을 내 일에 대한 사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중심을 잡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확고한 중심축은 오늘까지 저를 이 자리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아르헨티나 한국학교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자세한 설명을 더하지 않더라도 학교에 관심을 두고 계신 분이라면 잘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감히 혁신적이라 부를 정도의 노력을 많이 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 사회의 어느 부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한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 한국학교가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항상 선봉에 서서 진두지휘하는 입장이었기에 외롭고 고단할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기에 보람 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본교의 컴퓨터 시설 교체를 위하여 대바자에 적극 참여하신 교민 여러분, 미디어활용교육 외국어 특성화 학교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 교사 여러분 그리고 재외국민교육특별법의 개정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은 학부모 여러분의 열정과 헌신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두 차례에 걸친 한국문화체험 연수에서 지자체및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행사이기에, 대한민국이 국민을 존중하는 나라임을 느꼈으며, 한국의 발전된 모습과 역사와 문화 체험은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의 노력이 구체적 성과를 낸 것도 있지만, 아직 추진 중이거나 결과를 얻기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과 시간이 더해지고 더해진다면 언젠가는 일만 번의 법칙성과가 강물이 되어 아르헨티나 대지를 적시게 될 것입니다. 도약의 시발점이 되어 학교 새 역사 창조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한국학교가 재외한국학교 최초로 미디어활용 외국어 특성화 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것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 한다면, 이제 이를 발판으로 제2의 특성화 교육이 계속될 수 있도록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길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르헨티나 유수의 대학과 한국어 교육 교류협정이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발전되어서 우리 한국학교뿐만 아니라 교민 전체의 위상이 향상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특히, 재외국민자녀 무상교육 정책이 공론화 되어 머지않은 장래에 결실을 맺으려면 한국의 정치나 정책에 대한 교민 모두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이제 떠나는 사람으로서 부탁의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먼저, 교민 여러분께 드리는 부탁입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아르헨티나 한국학교에 우리 한인 아이들이 많이 진학할 수 있게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적인 첨단산업국으로 발전시킨 한국인의 가치관과 능력을 기르는 것은 한국학교의 교육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발전된 한국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와 방법을 바탕으로 현지인과 다른 차별화된 특성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글로벌 인재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으로 교사 여러분께 부탁합니다. 지난 4년 동안, 변화의 바람에 동참하고 헌신한 여러분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고, 다듬어야 할 것들이 있음을 자각하시기 바랍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평가는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식당에서 손님들은 음식 맛이 짜다고 하는데 주인은 간이 맞는다고 우긴다면 그 음식점은 어떻게 될까요? 결국에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있어야 학교가 있고 교사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부패한 세상이 바뀌려면 공직 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것처럼 학교가 바뀌려면 교사가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의 부족한 여건을 탓하지 말고 발전 가능성을 보십시오. 여러분의 학교가 아르헨티나 제일의 학교가 되고, 가르치는 아이들이 미래의 지도자가 되는 꿈을 갖고 가르치십시오. 교사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학생이 모여들고 교사의 지위도 격상될 것입니다. 학교와 아이들의 미래가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올해보다는 내년이 분명 더 좋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각근면려하기를 부탁합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떠나면서 4년 동안 저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15대와 16대의 모든 이사 임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제가 이사장의 역할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까지 그 누구보다도 이사회의 역할이 컸음을 두말할 필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이 효성 신임 이사장을 여러분께 안내하고 남은 모든 짐을 맡기고 갈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효성 이사장의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새로운 학교문화가 창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와 동참을 구하면서 이만 맺습니다.

20135

 

아르헨티나한국학교16대 이사장 구광모